언제나 후줄근한 실물사진은 제작자를 긴장하게 만들죠(사진이 잘 안나왔다는 소립니다)

102 블랙사첼에 대한 리뷰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이 친구는 블랙, 즉 검정입니다만은, 처음 받을 때 느낌은

"염색이 잘못되었나?"

그냥 난생 처음보는 아주아주 짙은 회색과 검정의 경계면에 서있는 친구가 보입니다.

이걸 왁싱하고 레더발삼으로 관리하면, 대충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깊고 근사한 블랙이 됩니다.

물론 광택은 덤이죠.

써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크러스트 블랙"이라는 가죽은 헤비츠에서 주로 사용하는 가죽과 질감이 다릅니다.

헤비츠 가죽의 재질을 단단하고 광택이 도는 ->말랑말랑하고 쫄깃한 순으로 나열하면

잉글리시 브라이들 > 부테로 > 가방가죽 > 크러스트 = 미네르바 > 복스 >오일풀업 정도입니다.(개인적인 견해에요)

참고로 이번에 새로나온 왁스라인은 광택이 돌면서도 쫄깃한, 매우매우 오묘하면서도 탐스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어요(그러니 꼭 사세요)

그래서 같은 디자인이라고 해도 만졌을 때 느낌이 엄청 다릅니다.

특히 가장 큰 부분이 손잡이인데요. 제가 101레디시브라운과 102 블랙을 둘 다 가지고 있는데(왜죠?)

손잡이를 잡았을 때 102가 훠-얼씬 쫀득합니다. 기본적으로 헤비츠의 시그니처 손잡이가 굉장히 편하지만, 가죽 재질에 따라서도 엄청 느낌이 달라요.

다만 너무 쫄깃한게 단점이 있어서, 숄더패드 표면이 매끄럽고 단단하지 못해 자꾸 어깨끈이 앞뒤로 움직이다 말고 걸려요.(마찰력이 큽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102의 특징은 수납공간이 앞뒤로 꽤 넓직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뒷칸에 책이나 파우치 등을 넣고, 앞 칸에 태블릿이나 얇은 책, 필통 등을 넣으면 딱 좋아요.

생각보다 이것저것 많이 들어갑니다. 물론 많이 넣으면 그만큼 어깨가 아프겠죠? 가방 자체 무게는 나쁘진 않아요.

단점이... 상하좌우는 좀 작습니다. 102 미디움이랑 위아래는 거의 차이 안나고, 좌우 폭이 조금 더 넓어서 A4용지가 수납가능한데, 여유가 전혀 없습니다.

파일에 서류 넣고다니실 분들은 101 라지나 304, 305로 가시는게 낫습니다. 노트북도 서피스 같은 12인치저정도가 딱이고, 13인치부터는 어지간히 베젤이 얇지 않으면 안들어갑니다.

스크래치와 오염에 대해 말씀드리면, 스크래치는 밝은 회색으로 납니다. 래디시만큼은 아니지만, 은근히 스크래치 잘보여요. 대신 물얼룩 같은 경우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레디시와 같이 전체적으로 색상이 어두워지고 명암이 잡히는 파티나를 볼 수는 없지만, 광택감 속에 소 목주름과 혈관무늬가 오묘하게 어울립니다.

일반적으로 남성용품은 색을 맞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방 - 구두 - 벨트는 같은 색으로 맞추는게 기본이죠.

검정과 갈색은 은근히 상극이기 때문에, 평소에 검정구두와 벨트를 자주 착용한다면, 이에 걸맞는 검정색 가방을 매시는게 센스 있어보일 겁니다.

이만 크리스마스 이브에 집에서 궁상맞게 쓴 102 블랙사첼 리뷰였습니다.